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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운호퍼 선

17세기 뉴턴이 햇빛을 유리 프리즘에 통과시킨 후로, 우리는 백색광이 실은 무지개색 빛들의 혼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무지개색 스펙트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바코드처럼 중간중간 수많은 검은 줄무늬가 보인다. 태양의 중심부로부터 뻗어 나온 빛이 태양의 바깥 기체층을 통과하면서 특정 파장이 흡수된 것이다.이러한 흡수선'의 파장은 특정 상태와 에너지를 가진 화학 원소의 흡수 파장과 일치한다. 가장 흔한 것은 태양의 주요 구성 성 분인 수소와 헬륨이고, 이 둘이 연소하면서 생기는 탄소, 산소, 질소 등이 있다. 이 줄무늬의 파장을 흡수하는 원소를 찾으면 태양 의 화학적 구성을 연구할 수 있다.태양 스펙트럼의 검은 줄무늬는 1802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이 최초로 발견했지만, 1814년 이를 처음 으로 상세하게 설명한 사람은 독일의 렌즈 제작자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였다. 이후 태양 스펙트럼의 검은 줄무늬는 그의 이름을 | 따 '프라운호퍼 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프라운호퍼는 500개 이상의 선을 찾아 목록을 만들었는데, 현대식 장비로는 1,000개 이상을 파악할 수 있다.1850년대 독일의 화학자 구스타프 키르히호프와 로베르트 분젠은 실험을 통해 원소들이 고유의 흡수선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을 알아냈다. 원소들이 자신만의 바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소들은 해당 진동수의 빛을 흡수하기도 한다. 네온관을 예로 들면, 유리관 안에 든 네온 기체는 네온 원자의 에너지 준위와 일치하는 파장의 밝은 줄무늬들을 만들어낸다.각 스펙트럼선의 진동수는 특정 원자의 에너지 준위 사이를 전자가 양자도약할 때 방출 또는 흡수하는 에너지와 정확히 일치 한다. 뜨거운 기체 안에 있는 원자의 경우(예를 들면 네온관 안에 든 원자) 원자는 충돌로 인해 들뜬 상태가 되고, 전자는 냉각되려 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할 것이다. 전자가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면 에너지 차이와 일치하는 진동수의 밝은 스펙트럼선을 만 들어낸다.반면 차가운 기체는 주위의 광원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전자를 높은 궤도로 띄운다. 그 결과 스펙트럼선에는 어두운 흡 수선, 즉 틈이 생긴다. 스펙트럼선의 분석은 화학 분야에서 물질의 성분을 밝히는 데 사용되는 강력한 기술이며,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분광학 spectroscopy이라고 한다.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 (1787~1826)

독일 바바리아 지방에서 태어난 프라운호퍼는 열한 살 때 부모를 잃고 유리 제조업자의 조수가 되었다. 1801년 프라운호퍼는 일하던 작업장이 무너져 매몰되는 사고를 당했지만, 마침 지나가던 바바리아의 막시밀리안 1세 요제프 왕자가 그를 구조했다. 왕자는 이후 프라 운호퍼의 교육을 지원하면서 수도원으로 보내 유리 세공을 공부하게 했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광학 유리 제조 법을 배웠고, 공방의 최고 장인이 되었다. 당시 수많은 유리세공업자와 마찬가지로 프라운호퍼도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 는데, 그 원인은 작업장에서 사용하던 중금속 증기 중독 때문이었다. 프리즘은 기능도 제한적이고 크기가 커서, 가는 실틈 여러 개를 나란히 배열한 장치를 프리즘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를 격자'라고 부른다. 프라운호퍼는 도선을 나란히 엮어 만든 격자를 최초로 제작했다.격자는 프리즘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로 빛을 더 큰 각으로 꺾을 수 있다. 격자는 또한 빛의 파동 특성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슬릿을 통과하는 빛줄기는 모두 회절에 의해 에너지가 확산된다. 빛줄기가 퍼지는 각도는 빛의 파장과 비례하고 슬릿 폭에 반비 례한다. 가는 슬릿은 넓은 슬릿보다 빛을 확산시키는 각도가 더 넓고, 빨간색 빛은 파란색 빛보다 더 많이 휜다.슬릿을 2개 이상 사용할 경우 파동 사이의 간섭이 일어난다. 빛 파동의 마루와 골이 서로 보강되거나 상쇄되면 스크린 상에 밝 고 어두운 줄무늬를 만드는데 이를 간섭무늬라고 한다. 이 줄무늬는 두 가지 효과가 겹쳐져 일어나는 것이다. 즉, 단일 슬릿 줄무 늬처럼 보이더라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가느다란 줄무늬로 쪼개져 있으며, 그 간격은 두 슬릿 사이의 거리에 반비례한다.격자는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을 거대하게 확장한 버전이다. 슬릿이 단 2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많기 때문에, 밝은 줄무늬의 경계가 선명해진다. 슬릿이 많을수록 줄무늬들은 더 밝아진다. 각각의 밝은 선은 하나의 미니 스펙트럼이다. 물리학자들은 격자 를 직접 제작하여 슬릿의 간격과 크기를 원하는 대로 바꿔가면서 빛의 스펙트럼을 더 섬세하게 분해한다. 천문학에서는 별과 은 하계의 빛을 관찰하여 구성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격자를 사용한다. 백색광을 확산시키면 부드럽게 이어지는 빨강 파랑-초록의 스펙트럼을 만들지만, 원자는 특정 진동수의 빛만을 방출한다. 이 러한 '스펙트럼선' 바코드는 원자 내부의 전자가 갖는 에너지 준위에 따라 정해진다. 수소, 헬륨, 산소 같은 일반적인 원소들의 파 장은 실험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들뜬 상태의 전자가 에너지를 잃을 때 빛알을 외부로 방출하고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지면 밝은 방출선이 나타난다. 흡수선 은 원자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높은 궤도로 뛸 수 있는 정확한 양의 에너지를 흡수할 때 만들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밝은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나타나면서 바코드 무늬가 생긴다.스펙트럼선의 정확한 진동수는 원자의 에너지 상태와 이온화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뜨거운 기체 안에 들어 있는 원 자는 바깥 전자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면서 이온화된다. 스펙트럼선은 감도가 높아 기체의 기본적인 물리적 특성을 탐지하는 데 사용되며, 뜨거운 기체에서는 원자의 운동으로 인해 스펙트럼선이 더 넓어지므로 온도를 측정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스펙트럼선들의 상대적 강도를 통해 기체의 이온화 정도 같은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복잡해진다. 스펙트럼선의 세부 구조는 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원자의 특성을 양 자 규모로 해부하는 주요 도구가 된다. 스펙트럼선은 파장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에서 천체의 속도와 거리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저 멀리서 구급차 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의 음정이 올라가다가 관찰자 앞을 지나쳐 멀어지면 음정이 떨어지는 것처럼 들리는데, 이러한 현상을 도플러 효과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별 또는 은하계에서 출발한 빛의 파동도 관찰자로부터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도착한 스펙트럼선의 파장이 살짝 길어진 상태가 되고, 그 차이를 적색편이 또는 빨강쓸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관찰자를 향 해 다가오는 물체의 스펙트럼선은 파장이 살짝 짧아 보인다. 이를 청색편이 또는 파랑쏠림이라고 한다. 큰 규모에서 보면 대부분의 은하 계들은 청색편이가 아닌 적색편이를 보인다. 이 사실을 통해 은하계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주는 팽창하 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