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벽난로에서 아늑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상상해보자. 빨갛게 달아오른 석탄과 노란 불꽃. 그런데 석탄은 왜 빨갛게 달아오를까? 난롯불에 달궈진 쇠부지깽이의 끝부분도 왜 뜨거워지면서 빨간색이 되는 것일까?불타는 석탄의 온도는 섭씨 수백 도에 이른다. 화산의 용암은 더 뜨거워서 약 1,000C까지 올라간다. 녹은 용암은 주황색이나 노란색을 띠며 보다 격렬히 빛나고, 같은 온도의 녹은 쇳물도 마찬가지다. 백열전구의 텅스텐 필라멘트는 그보다 더 뜨겁다. 온 도가 섭씨 수천 도에 이르면 별의 표면 온도와 비슷해지는데 이때는 흰색을 띤다.
흑체복사
물체는 가열되면 빛을 내뿜고, 뜨거워질수록 방출되는 빛의 진동수는 계속 높아진다. 특히 석탄이나 철처럼 열을 흡수하고 방 출하는 효율이 매우 좋은 검은색 물체들은 특정 온도에서 복사되는 진동수의 패턴이 상당히 비슷하다. 이를 '흑체복사'라고 한다. 대부분의 빛 에너지는 하나의 최고 진동수를 중심으로 복사되며, 온도가 높아질수록 최고 진동수는 빨간색에서 파란색 쪽으 로 옮겨간다. 최고 진동수를 중심으로 높은 진동수와 낮은 진동수의 에너지가 모두 방출되며, 최고점을 향해 진동수를 낮추다 보 면 에너지의 세기가 점점 커지다가 최고점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한다. 그 결과 비대칭 언덕 모양의 스펙트럼이 형성되는데, 이를 '흑체복사 곡선 이라고 한다. 달궈진 석탄에서 나오는 빛은 대부분 주황색 대역에 속해 있지만, 낮은 진동수의 빨간 빛과 높은 진동수의 노란 빛도 일부 방 출한다. 그러나 파란색 빛은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뜨거운 녹은 쇳물은 진동수 패턴이 조금 위쪽으로 치우쳐 있어 대 부분 노란 빛을 방출하며, 주황색과 빨간색 그리고 초록색 빛을 일부 방출한다.
색온도
별의 색깔은 별의 온도를 나타낸다. 태양의 색온도는 6,000K(켈빈)으로 노란색을 띠며, 적색거성인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는 이보 다 차가워서 태양 온도의 절반 정도이다. 하늘에서 제일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타오르는 표면은 청백색으로 빛나며, 색온도는 30,000K 에 달한다. 자외선 파탄 19세기 후반, 물리학자들은 흑체복사에 관해 알게 되었고 파장 패턴을 측정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설명할 수 없었다. 여러 가 지 이론들로 흑체복사의 일부는 설명할 수 있었지만 전부를 설명할 이론은 찾지 못했다. 빌헬름 빈이 고안한 방정식에서는 파란 색 파장에서 에너지의 방출이 급격히 줄어든다. 한편 레일리와 제임스 진스는 빨간색 스펙트럼에서의 증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둘을 함께 설명할 공식은 찾을 수 없었다. 더구나 레일리와 진스의 설명에 등장하는 스펙트럼의 증가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들의 이론에서는 증가율이 줄어들 방법이 없어 자외선의 짧은 파장 대역에서 에너지가 무한대로 방출된다. 이 문제를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이라고 부 른다. 이에 대한 해답은 독일의 물리학자인 막스 플랑크가 내놓았다. 그는 당시 열과 빛의 물리학을 통합하려고 시도 중이었다. 플랑 크는 수학적인 사고를 즐겼고, 사전지식 없이 기본 법칙에서부터 시작해 물리학 문제들을 해결하길 좋아했다. 당시 물리학의 기 본 법칙, 그중에서도 열역학 제2법칙과 맥스웰의 방정식에 매료되었던 플랑크는 이 둘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문제에 도전했다.
양자
플랑크는 자신의 방정식을 능숙하게 다루었고 이 단계들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간단한 수 학적 표현을 위해 그는 기발한 트릭을 개발했다.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전자기가 파동의 형태로 서술된다는 것이었 다. 반면 온도는 열에너지가 수많은 원자나 분자 사이에서 분배되는 통계적 현상으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플랑크는 전자기를 열 역학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기로 했다. 다만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원자 대신 전자기장은 작은 진동자 oscillator에 의해 전달된다고 가정했다. 각각의 진동자는 전자기에너지 중 일정량을 취할 수 있고, 이 에너지는 수많은 기본 진동자들 간에 분배된다. 플랑크는 진동자 각각의 에너지를 진동수와 결합시켰다. 즉 Eth 라는 방정식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서 E는 에너지, 는 빛의 진동수, h는 플랑크 상수라고 알려진 상수이다. 이러한 단위의 에너지를 '양자quanta'라고 불렀는데, 그 뜻은 라틴어로 '양'이라 는 의미다. 플랑크의 방정식에서, 복사되는 진동수가 높으면 그에 따라 에너지도 커진다. 전체 에너지의 총량은 상한이 있으므로, 계에는 에너지가 큰 양자가 많이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지갑 속 사정과 조금 비슷하다. 만일 지갑에 99달러가 들어 있다면 액수가 큰 지폐보다는 작은 지폐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1달러짜리가 9장, 10달러짜리가 너덧 장 있을 수 있겠지만 50달러 지폐는 운이 좋아야 딱 한 장뿐이다. 이와 비슷하게 에너지가 큰 양자는 드물다. 플랑크는 전자기 양자의 집합에 대하여 가장 그럴싸한 에너지 대역을 생각해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에너지의 대부분은 중간 에 놓인다. 이로써 봉우리 모양의 흑체 스펙트럼이 설명된다. 플랑크가 1901년에 발표한 플랑크 법칙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외선 파탄' 문제를 말끔히 해결함으로써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플랑크의 양자 개념은 전적으로 이론에 국한된 것이었다. 진동자는 실제로 꼭 존재할 필요는 없었으나 파동과 열의 물리학에 잘 들어맞는 유용한 수학적 구조물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접어들어 빛과 원자 세상에 대한 이해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플랑크의 아이디어는 그가 상상했던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의 아이디어는 양자이론의 뿌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