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진리는 번번이 놀라운 발견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태양이 보인 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진화론은 여전히 그것을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 만 우리 인간의 위치를 상기시켜준다. 지금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의 이 시대를 돌아보면서, 지능 에 대한 우리의 직관은 기껏해야 과도한 단순화에 지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인공지능의 발전이 50년은 퇴보되었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오르겔의 두 번째 법칙에서 명시된 바와 같이 진화는 인간보다 영리하다. '우리의 의식적인 자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뇌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자기 분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는 '주의'와 '의도' 라는 단어를 사용해 행동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들 단어는 그 저변에 있는 뇌의 처리 과정의 복잡성을 은폐하는 교묘한 개념이다. 직관적인 민족심리학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은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눈으로 보지만 어떻게 보는 것 인지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사고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재를 믿는다. 그러나 사고의 이면에 있는 작동 원리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자연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우리에게 보여준 생존 이득은 없다. 오르겔의 두 번째 법칙이 이긴 셈이다. 2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시각 체계는 고도로 진화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에 대해 인간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3 우리 인간에게 호의 각토가 고작 1도밖에 되지 않는 예리한 시력의 망막이 있고 그것이 팔을 뻗었을 때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에 불과하며 망막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역에 대해서는 장님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인지하 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 어머니께 이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는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어디를 보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시선을 신속하게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고해 상도의 환상이 있다. 객체를 응시할 때 우리의 눈이 1초에 3회나 객체의 앞뒤로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주변 시야는 공간해상도가 낮은 반면 명암과 동작의 변화에는 매우 정교하게 민감하다. 시각 피질의 주류는 객체를 인식하는 영역과는 별개로 공간 내에서의 움직임에 전념한다. 컴퓨터 비전 분야의 개척자들이 비전 제작에 착수했을 때 그들의 목표는 이미지를 활용해 세상의 완전한 내부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고 성취하기 어려운 것으로 입증된 목표였다. 그러나 완전하고 정확한 모델은 대부분의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재의 비디오카메라가 가지는 낮은 표본 추출률을 감안한다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신물리학, 생리학 그리고 해부학에 근거해 퍼트리샤 처치랜드, 신경심리학자 V. S. 라마찬드란(V. S. Ramachandran) 그 리고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인간의 뇌는 극히 제한된 부분, 주어진 순간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부분 만을 나타낸다. 이런 결론은 보상을 획득하는 데 기여하는 가능한 감각적 인풋의 수를 좁혀나가는 강화학습을 보다 쉽게 만든다. 비전의 명백한 모듈성(여타의 감각 처리 경로와는 다른 비전의 상대적 독단성) 또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시각 체계는 다른 경로로부터의 정보를 통합하며 여기에는 객체의 가치를 나타내는 보상 체계로부터의 신호도 포함된다. 동작 체계는 감각 기관의 위치를 조정하며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보상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 해 눈을 움직이거나, 생물의 종에 따라 귀를 움직이는 동작을 예로 들 수 있다. 뇌는 환경에 대해 점진적 적응이라는 긴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 자연은 완전한 백지상태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현재 존재하는 종들의 독자 생존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수정으로 만족해야만 했을 것이다. 존 올먼은 자신의 저 서 진화하는 뇌(Evolving Brains)》 5에서 도시의 인간적 척도에 대한 점진적 진화를 샌디에이고에 있는 오래된 발전소의 보일러실을 방문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묘사하고 있다. 보일러실에는 수세대를 거슬러 올라갈 법한 컴퓨터 제어 장치와 진공관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옆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작은 기송관이 배열되어 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그 작은 기송관의 배열이었다. 발전소는 끊임없이 전력을 송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작동 을 멈추고 신기술을 장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래된 제어 장치는 그 자리에 두고 새로운 장치를 이전 장치와 통합했던 것이다. 진화하는 뇌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은 오래된 두뇌 체계를 내던져버릴 수 없었고 대신 현재의 개발 계획에 준해 수정되었을 뿐이다. 가끔 통제를 위한 새로운 층을 추가하면서 말이다. 유전자 복제는 새로운 기능을 위해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의 복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경로였다. 완전히 새로운 종으로 바뀔 수도 있는 전체 게놈 복제 또한 이뤄졌다.
카테고리 없음
오르겔의 두 번째 법칙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