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나는 맥도널앤드퓨(McDonnell and Pew) 재단의 한 위원회 소속으로 '인지신경과학' 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출범시키 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저명한 인지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을 인터뷰하러 다녔다. 당시 우리 위원회 관계자 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문가들에게 인지신경과학의 연구 주제는 무엇으로 삼는 게 유망하고 새로운 연구센터는 어 디에 두는 게 좋은지 등을 물었다. 8월의 어느 뜨거운 오후 우리는 하버드 교수 클럽에서 사고 언어의 전문가로서 모듈식 마인드 이론의 대변인으로 통하던 제리 포더(Jerry Foder)를 만났다. 그는 시작부터 도전적인 언사로 포문을 열었다. “인지 신경과학은 학문이 아니고 앞으로도 학문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그는 비전과 기억에 관한 신경과학 논문을 다 읽 었고, 그것들 모두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실망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그러던 중 그가 “맥도널드(McDonald) 재단이 길거리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거 같다”고 언급했을 때, 맥도널 재단의 이사장 존 브루어(John Bruer)는 그가 우리 재단과 길 거리의 햄버거 가게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을 머뭇거림 없이 지적했다. 하지만 포더는 자신의 실수에 전혀 굴하는 기색 없이 인간의 마인드를 지능형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모듈식 상징 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철학자인 퍼트리샤 처 치랜드(Patricia Churchland)가 그의 이론이 고양이에게도 적용되는지 물었다. 포더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고양이는 고 양이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거지요.” 그러나 비전과 메모리를 연구하는 국립보건원의 신경과학자 모티머 미슈킨 (Mortimer Mishkin)이 그의 실험실에서 발견한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고 요청하자 포더는 어떤 언어 실험에서 사건 관련 전 위(event-related potential, 특정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대뇌의 전기적 반응을 두피 부위에서 추적한 뇌파 기록 옮긴이)를 이용하는 것에 대 해 무언가를 중얼거렸는데, 나는 무슨 소린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때마침 소방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 렸고 우리는 모두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안뜰에 서 있을 때 미슈킨이 포더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정도면 정 말 소액에 불과하군요.” 소방 훈련이 끝났을 때 포더는 사라지고 없었다. | 인지신경과학은 이제 중요한 학문으로 성장해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에는 신경과 학과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사회심리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도 연구원들이 몰려들 정도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1990년대 초 뇌의 활성도를 시각화하는 비침습적 방법, 특히 (오늘날에는 밀리미터 단위의 공간 해상도를 갖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이 도입된 덕분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 생성하는 대규모 데이터세트는 독립성분분석 (ICA) 등과 같은 새로운 연산 방법으로 분석된다.뇌는 산소 없이 작동할 수 없고 혈류는 1밀리미터 이하 수준에서 엄격하게 조절되기 때문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은 뇌 의 활성도에 대한 대체 척도로 혈류 산소 수준(BOLD) 신호를 반복 측정한다. 혈류 내 산소 수준은 그것의 자기 특성을 변 화시키는데, 이것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비침습적으로 관찰하고 뇌 활성도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이 용할 수 있다. 이때 시간 분해능(time resolution,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소의 입력신호에 대한 시간 간격을 말한다 옮긴이)은 실험 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관여하는지 추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짧은 초 단위로 이뤄진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은 그동안 시각 계층 구조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일시적 융합의 시간 척도를 탐구하는 데에도 이용되어왔다. 프린스턴대학교의 유리 헤이슨(Uri Hasson) 교수는 각기 다른 길이의 영화를 처리하는 데 시각 계층 구조의 어느 부분이 관여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실험을 고안해 수행했다.25 그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한 편을 분절로 나눠 각각 4초, 12초, 36초짜리 영상으로 만든 후 피험자들에게 무작위로 보여줬다. 피험자들은 4초짜리 영상에서는 특정 장면을, 12초짜리에서는 행위의 연결을, 36초짜리에서는 시작과 끝이 있는 스토리를 인식할 수 있었다. 계층 구조의 하단 에 있는 일차 시각 피질에서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반응은 시간 척도에 관계없이 강하고 신뢰할 만했지만, 시각 계층 구 조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보다 더 긴 시간 척도만이 신뢰할 수 있는 반응을 유발했으며, 계층 구조 상단의 전두엽 피질 영 역은 가장 긴 시간 척도를 필요로 했다. 이것은 우리의 작업기억, 즉 전화번호나 책무의 요소 등과 같은 정보를 잊지 않는 우리의 능력 또한 계층 구조로 구성되고 전두엽 피질에서 가장 긴 시간 척도를 요한다는 결과가 나온 여타의 실험과 일치성을 보여준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구 영역 중 하나는 뇌의 학습에 관한 것이다. 이 영역은 분자에서 행동 방식에 이르 는 아주 다양한 수준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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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신경과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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