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 및 전문직 역시 머신러닝이 발전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적용됨에 따라 커다란 변혁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의료 진단이 대표적인 예다. 환자 수백만 명의 기록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정확해질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2,000가지 이상의 피부과 질환의 13만 건에 달하는 이미지에 딥러닝을 적용했다. 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10배나 큰 의료 데이터베이스였다. 이 연구의 네트워크는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이미 지의 테스트 세트’로부터 각각의 질환을 진단하도록 훈련되었다.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그것의 진단 수행력은 21명의 피부과 전문의와 비슷하거나 몇몇 경우 에는 더 뛰어났다. 조만간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의심스러운 피부 병변을 촬영해 즉각적으로 진단이 나오게끔 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병원에 가서 전문의의 검진을 받기 위해 장시간 기다린 후 상당한 금액까지 지불하는 일이 생략될 것이라는 얘기다. 피부과 치료의 범위가 확대되고 품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개개인이 신속하게 전문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면 피부 질환의 초기 단계에 병원을 찾는 일이 늘어날 것이고 더불어 치료도 수월해질 것이다. 피부과 의사들이 딥러닝의 도움으로 희귀한 피부 질환을 보다 잘 진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슬라이드 상의 림프절 생검 이미지에서 전이성 유방암을 발견하는 일은 전문의의 몫이다. 문제는 그들이 때로 실수할 수 있고 그러한 실수는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딥러닝이 뛰어넘어야 할 패턴 인식 문제다. 실제로 검증 결과가 나온 슬라이드의 대규모 데이터세트에 대해 훈련을 받은 딥러닝 네트워크는 0.925의 정확도에 이른 상태다. 나쁘진 않지만 동일한 테스트 세트에서 0.966의 정확도를 달성한 전문의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딥러닝의 예측과 전문의의 판단이 결합된 경우 0.995라는 거의 완벽한 정확도가 나왔다. 둘이 힘을 합쳤을 때 더 나은 수행력이 나온 이유는 전문의와 딥러닝 네트워크가 동일한 자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간과 기계가 경쟁하기보다는 공조하는 미래가 열릴 것이며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수면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인구 중 70퍼센트가 언젠가는 겪기 마련인 문제다), 병원에 가기까지 수개월을 뜸 들이다가 (아주 긴급하지 않는 한 대부분 그런 다) 결국 수면 클리닉 처방을 받는다. 수면 클리닉에서는 밤에 환자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 뇌파(EEG)와 근육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환자의 몸에 수십 개의 전극을 부착하고 관찰한다. 그러한 관찰이 진행되는 매일 밤 환자는 서파수면 (slow-wave sleep, 뇌파에 크고 느린 파가 나타나는 깊은 수면 옮긴이)에 빠졌다가 주기 적으로 부활수면(rapid eye-movement sleep, REM, 안구의 급속한 움직임을 수반하는 얕 은 수면으로 꿈을 꿀 때 나타난다. 옮긴이)에 들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불면증이나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등의 수면 장애는 이러한 패턴을 방해할 수 있다. 게다가 집에서 자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 입장에선 불길한 의료 장비에 전선으로 연결된 채 낯선 침대에서 자는 일은 진정한 도전이 될 수 있 다. 수면 전문가는 환자의 뇌파 기록을 살펴보며 30초 단위로 수면 단계를 표 시한다. 그렇게 각 8시간의 수면을 기록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마침내 환자가 받게 되는 것은 수면 패턴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보고서와 2,000달러에 달하는 청구서다. 수면 전문가는 대개 앤서니 레흐샤펜(Anthory Rechtshaffen)과 앨런 케일스 (Alan Kales)가 1968년 고안한 시스템에 기초해 각기 다른 수면 단계를 나타내 는 뚜렷한 특징을 찾도록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그런 특징이 종종 모호하고 일관성 없이 드러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해석 방법에 동의하는 경우가 평균 7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내 연구실의 대학원생이었던 필립 로(Philip Low)가 자율적으로 머신러닝을 이용해서 3초 단위로 수면 단계를 자동 감지해 내놓은 해석은 전문가들로부터 87퍼센트의 동의를 얻었다. 로가 분석 결과를 얻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분도 되지 않았다. 더욱이로는 환자의 머리 단 한 곳에 전극을 부착해 기록하는 방법을 썼다. 신체 이곳저곳에 다수의 전선을 연 결하는 방식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수고를 덜 수 있었다는 뜻이다. 2007년 우리는 이 기술을 수면 클리닉들에 제공하기 위해 뉴로비질(Neurovigl)이라는 스타트업을 출범시켰지만 수면 클리닉 관계자들은 인간의 평가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는 혁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실제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보험 규정이 갖춰진 까닭에 보다 저렴한 절차를 채택해야 할 인센티브는 전혀 없는 셈이었다. 뉴로비질은 임상시험을 통해 자신들의 약품이 수면 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해야 하는 대형 제약 회사들에서 또 다른 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장기 요양 시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노인들은 종종 점진적인 수면 장애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현재의 수면 클리닉 모델에는 결함이 따른다. 그렇게 제한된 환경을 기반으로 해서는 건강 문제를 신뢰성 있게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각기 다른 기준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런 기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 뉴로비질은 얼마 전 가정용 소형 장치인 아이브레인(Brain)을 출시했다. 가정에서 뇌파를 기록해 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전송한 후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분석 해 경향과 이상을 파악하도록 돕는 장치다. 이를 통해 의사는 건강 문제를 초기 단계에서 파악할 수 있고, 그러면 치료가 보다 손쉬울 뿐 아니라 만성질환으로 발전하는 상황까지 막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질병은 무수히 많다. 예컨대 제1형 당뇨병의 경우 혈당 수준을 관찰 해 인슐린 투여의 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저렴한 센서의 출현은 이런저런 만성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큰 영향을 미 치고 있다. 우리는 뉴로비질의 경험에서 몇 가지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더 낫고 저렴한 기술이라고 해서 늘 쉽게 시장성 있는 신제품이나 서비스로 변환되는 것은 아니 다. 아주 탁월한 기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층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신기술이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개선 및 경쟁력 강화의 시간을 벌 수 있는 부차적인 시장은 있기 마련이다. 태양에너지 기술을 포함해 다른 많은 새로운 산업의 기술이 바로 그렇게 시장에 진입했다. 장기적으로, 수면 모니터링과 같은 입증된 장점을 지닌 신기술은 가정의 환자에게 도달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의료 실무에 통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