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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제조용 로봇 때문에 수많은 공장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으면서 빈곤율이 소폭 증가했다. 2015년에 발간된 보고서에는 202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460만 개 이상의 사무직 및 관리직 일자리가 소실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실려 있었다. 다시 말해 숙련노동자와 비숙련노동자가 모두 위기란 것이다.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게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기술과 노동의 경제학

경제학에서는 기술을 '노동기여형'과 '노동대체형'로 분류한다. 노동기여형 기술은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한다. 쉬운 예로 PC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글을 쓰고, 정보를 찾고, 동료와 의견을 교환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반대로 노동대체형 기술은 앞에서 말한 자울주행차와 공업용 로봇이 대표적인 예다. 그 명칭에서 보듯이 노동대체형 기술은 인간 노동자의 필요성을 없앤다. 이렇게 상반된 유형의 기술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결국 승리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예측 불가다. 1970년대에 대중화된 ATM을 생각해보자. ATM의 보급으로 웬만한 일로는 굳이 은행 창구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창구 일자리의 소멸을 점쳤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ATM 때문에 은행 지점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지점 운영비용이 감소하면서 지점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그래서 창구 직원이 더 많이 고용됐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의 은행 창구 직원이 3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증가했다. ATM이 창구 일자리를 대체한 게 아니라 도리어 창출한 것이다. 이것이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일자리 소멸의 증거와 반증

AI가 발달되면서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존재한다. 2013년 옥스퍼드대학교 연구 결구에 따르면 2033년까지 미국의 일자리 중 절반이 자동화의 제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0특히 저기술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시급 20달러 이하의 일자리 층 83%가 자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반면에 지급 40달러 이상의 일자리 중에서는 단 4%만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고졸 미만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44%가 자동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그 비율이 1%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정리하자면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고 특히 저학력 취약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리란 전망이다. 하지만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라는 데이터 역시 존재한다. 2010년대 중반에 미국의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일례로 2017년에는 5%를 밑돌았다), 노동자들은 더 오랜 기간 근속했으며, 임금은 소폭 증가했다. 이를 보면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말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저임금, 저기술, 저학력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2016년 보고서도 존재한다. 더 넓게 보자면 자동화로 인해 육체노동자가 지식노동자로 전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생산공장에서 조립 라인 노동자는 감소하고 엔지니어, 코더, 관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IT와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전혀 새로운 산업이 탄생했다. 56 더욱이 자동화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일명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줄여서

STEM) 일자리만 창출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는 정비공과 마케터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에 “장기적 일자리 파괴의 주범은 중국이 아닌 자동화다. -The Long-Term Jobs Killer Is Not China, It's Automation"라는 칼럼이 실렸다. 하지만 와이어드 기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주범은 자동화가 아니라 중국이다 The answer is very cleary not automation. it's China."

AI로 인해 초래되는 일자리 부의부 빈의 빈

고도기술 노동자는 자동화의 수혜자가 되고 단순기술 노동자는 피해자가 되리란 게 학계의 중론이다. 60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진다는 말이다. 이를 타개할 방법 중 하나는 교육이다.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 테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그 자리에 필요한 숙련노동자가 충분치 않을 것이다. 2015년에 덜로이트Deloitte에서 내놓은 예측에 따르면 자동화에 의해 2025년까지 3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그중 200만 개가 숙련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공석이 된다. 이에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현장 실습을 통한 실무 능력 증대, 전문대의 직업 교육 강화, 고교와 대학의 STEM 교육 강화다. 더 급진적인 주장도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자동화에 의해 실업률이 30~40%에 달할 수 있다며(다시 말하지만 자동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본소득제'를 제안했다. 기본소득제는 정부가 보든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머스크는 이것이 빈곤의 해결책이 되어 경제 붕괴를 막을 것이라 본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로봇에 대한 세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공교롭게도 빌 게이츠 역시 오래전부터 로봇에, 정확히 말하자면 로봇을 이용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그 세수입으로 보육처럼 인간이 우월한 수행 능력을 보이는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이트칼라의 위기?

학계 일각에는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블루칼라 노동자보다 더 위험하면 위험했지 덜 위험하진 않다는 것이다. 컴퓨터공학자 리카이푸李開는 바리스타 같은 단순기술 저임금 일자리를 자동화해봤자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뭔가 절감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애널리스트 같은 고도기술 고임금 일자리를 없애려고 할 것이라고 본다. 65 | 실제로 인공지능이 인간에 필적하는 전문직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은행, 보험사, 통신사의 고객 지원 업무를 척척 수행하는 아멜리아 Amelia라는 AI가 그 주인공이다. 아델리아는 사람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고객에게 공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응대하는 고객이 늘어날 때마다 실력이 향상된다. 그보다 고차원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 역시 자동화되고 있다. 일본의 한 보험사는 34명의 설계사를 IBM의 왓슨 Watson AI로 대체했고, 미국의 부동산담보대출 업계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자동화에 의해 실직자가 됐다. 아직 의사와 변호사는 AI가 대체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부 AI가 법률 사무보조원과 비슷한 수준의 조사 능력에 도달했고 현재 수술을 대신 하는 로봇도 사용되고 있다. 두 경우 보두 인간 전문가를 고용할 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비용이 저렴하다.